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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세영의 기술과 IP] AI가 다하면 발명자가 될 수 있나요?
  • 등록일
    2021-07-23
  • 조회수
    240
  • 지난달 3일, 특허청은 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AI)이 발명자로서 기재된 특허출원에 대하여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으니 발명자를 자연인으로 수정하라'는 취지의 통지서를 발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AI를 특허법상 정식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논란의 대상이 된 발명은 '식품 용기'와 '개선된 주의를 끌기 위한 신경 자극 램프'입니다. 출원인이자 AI 개발자(자연인)인 스티븐 타일러씨는 자신은 이 발명에 기여한 바가 없고, 자신이 개발한 AI 프로그램인 다부스(DABUS)가 학습을 거쳐서 스스로 발명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논란이 일어난 걸까요?

    특허청은 우리나라 특허법 및 관련 판례에서 자연인만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어, 자연인이 아닌 회사나 법인, 장치 등은 발명자로 표기할 수 없기에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형식상 하자를 먼저 지적한 것입니다. 또한 발명자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데, 혹여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경우 AI가 특허권자가 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논란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미국이나 영국, 유럽의 특허청도 아직까지 AI를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무리 AI가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점차 영향력을 넓히고 있고, 나아가 종종 AI를 의인화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해도, 현실적으로 AI는 권리의 주체로 인정받을 방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주위를 둘러보면 인간에 비견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학습능력, 추론능력 또는 지각능력을 갖추고 있는 AI가 많습니다. 하지만 AI의 실체는 프로그래밍 언어에 기반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에 불과합니다. 컴퓨터의 CPU와 메모리에 상주하면서 열심히 동작하고 있는 무형의 소프트웨어가 바로 AI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AI가 권리의 주체가 되어 발명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까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컴퓨터 밖으로 걸어 나와서 발명자 서류에 서명을 하거나, 발명자에게 제공되는 보상금을 수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만 보아도, AI가 발명자로서 인정을 받는 것은 어불성설임이 분명합니다.

    나아가, 설령 AI를 발명자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AI에 대한 소유권 내지 사용권을 보유하고 있는 자연인 또는 법인에게 승계될 것이므로, 특허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어느 누구의 개입 없이 AI가 독자적으로 동작한 결과로 발명(물건 또는 방법)이 됐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발명에 기여한 사람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AI의 학습 알고리듬을 개발하거나 AI의 인공 신경망 구조를 고안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사용된 학습 데이터를 생성해 제공한 데이터 제공자, AI가 동작할 수 있는 리소스(서버, 디바이스, 통신망, 전력 등)를 제공한 리소스 제공자 등이 AI가 발명을 완성하는 데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한 공상 과학적인 논의를 하기보다는, AI가 스스로 창작한 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결국 누구에게 귀속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AI가 할 수 있는 일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실제로 '발명'이라고 부를 만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여 'AI가 다한' 발명에 기여한 사람들 중 누구를 발명자 또는 권리자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가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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